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라 불리는 7080년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3천여 곡의 노랫말을 남긴 국민작사가 박건호다. 원주가 낳은 이 천재적인 작사가는 1972년 '모닥불'을 시작으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조용필의 '단발머리', '빙글빙글', 박인희의 '모닥불',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등 800여 곡에 달하는 그의 히트곡들은 단순한 노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시대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의 노랫말은, 당대의 사회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위로의 메시지였다.
문학적 역량 또한 탁월했던 박건호는 1969년 미당 서정주의 서문을 받아 첫 시집 '영원의 디딤돌'을 출간했으며, 이후 20여 권의 시집과 에세이를 통해 문학적 성취도 이어갔다. 그의 예술성은 MBC 올해의 최고 인기상, KBS 가사대상 3년 연속 수상, ABU 가요제 그랑프리 등 수많은 수상으로 입증됐다.
2007년 작고 이후, 원주시는 무실동에 박건호공원을 조성하고 노랫말비를 세워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박건호가요제는 그의 작품만으로 경연을 펼치는 독특한 음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원주-부산 간 가요제 열차라는 혁신적인 시도로 그의 예술혼을 이어가고 있다.
박건호의 노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젊은 세대들이 그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창조하면서 시대를 넘어선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사가를 넘어, 영원한 문화 콘텐츠로서 박건호의 가치는 더욱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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