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없는 항구를 찾아 닥쳐올 풍랑의 불안함을 가슴에 안고, 언제 침몰할지도 모르는 암흑 속 바다 위, 작은 어선처럼 위태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늘에선 우박이 내리고 급격한 기후변화로 땅을 지탱하는 사과가 냉해를 입고 새벽잠 담보로 달빛에 일궈놓은 과일들이 이름값도 못 하고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시가지 가게들이 하나둘 불빛을 잃어 시가지란 이름마저 어색하다. 그나마 괜찮다던 사과값은 병든 낙과로 져버리고, 사과 대체 종으로 권유받아 심었던 샤인머스켓은 과다 생산으로 입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위상을 잃어, 추풍낙엽 지듯 하룻밤 사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수확을 포기하는 농민들의 한숨소리에 녹아 흔적마저 사라지는 이름 없는 낙과로 잊혀져간다.
수십 년을 쏟아부은 땀과 피로 만들어진 거창을 대표하던 사과와 오지라서 빛깔 좋던 오미자, 블루베리마저도 과하게 쏟아지는 물량 탓에 제자리를 못 찾고 곱디고운 딸기 향마저 설 자리를 잃고, 우리 농가 전체가 술 취한 취객처럼 비틀거린다.
어렵게 유치한 농공단지 산업단지 기업들은 굴뚝에 연기 한 번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청정지역이라 살기 좋다며 찾아든 귀촌한 사람들이 하나둘 보따리를 싸기 시작하고 쇄파에 찌들은 노파의 이마 주름처럼 하나둘 늘어가는 빈집들이 소싯적 옹기종기 모여앉아 공기 놀이하던 골목길을 한숨으로 가득 메우고 값싸고 물건 좋다며 전국서 모여들던 거창장날 국밥 한 그릇 탁 배기 한잔이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푸짐하던 인심도 어젯밤 꿈속 노을처럼 멀어져 간다.
언제였든가? 어디 메든가? 내 마음 소복이 달빛 한 자루 고이 담아 고향 떠나왔지요. 그렇게 오매불망 고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출항인 들도 툭하고 내뱉는 한마디 (거창도 인자 거창이 아이더라) 남기고 아쉬운 마음에 발길 돌리고 무 하나 감자 하나도 갈라먹던 시골 민심은 야반도주한 빚쟁이처럼 줄행랑치고 외부인의 개발은 관의 인허가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로 이어지다 끝내 돈 앞에 무릎 꿇는 흉흉한 민심이 싸한 찬바람처럼 병들어간다. 이런 심각한 사태를 행정기관은 알고 있는지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하는 것인지 하루속히 무너져 내린 거창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행정 기관은 피나는 노력을 감수하고 농촌 정책에 맞는 비전 있는 사업을 제공해 군민 생활안정에 주력해야한다.
수십 년을 공들여 특산품으로 만들어놓은 무너진 사과 대용으로 대체 신상품을 제시해 암울한 농민들에게 새로운 수확의 장을 열어주고 미래지향적이고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기교로, 침체된 경기 활성화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서부 경남의 응원군인 거창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길은 무엇인지, 해법은 올바른 행정 속에 숨어 있다.
벌써 한해의 반이 지나간다. 힘찬 기운 가득한 정책으로 살기 좋은 거창만이 갖고 있는 생존 정책을 내놓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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