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이고 깍인
몽당연필
닳고 닳은 작달만한 몸이
요양원 병상에 누워 있다
어릴적
무른 연필심에 묻힌 침
깍지에 끼워 쓰다 부러져 흘린 눈물이
하얀 시트에 스민다
잃어버린 기억 속
제 이름이라도 꺼내어
꾹꾹 눌러 적어 본다
뭉툭한 손은
눈앞의 허공을 집었다 놓았다 하며
남은 시간을 메운다
완벽한 감옥
담장 높은 캄캄한 연필통 속
한때는 몽당(夢堂)
새파란 꿈의 집에서
짧고 무딘 기억으로
밤새껏 온몸으로 쓴다
김병준 거창문학회 회원이며 거창에서 시인과 작가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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