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 055-942-8558

‘지역에 사람이 없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인재가 없다?’

등록일: 2024-12-05


 그 청년은 대학농활로 거창과 인연이 되었다. 부산의 이름난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마다하고 거창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의 삶의 궤적을 아는 많은 후배들이 그를 따라 거창에 터를 잡았다. 소를 키우기도 하고, 쌀농사를 짓기도 하고, 사과농사를 짓기도 하고, 마을 어린아이들의 선생님이 되기도 하며 가정을 이루고 끼끗한 거창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청년은 소를 몇 마리 키우며 농민들이 만든 주유소에서 배달일을 하다 사고로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사고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 그는, 도시민들이 자기 소를 한 마리 씩 구입해 농촌 지역의 청년농부가 대신 키워주는 요즘으로 치면 농축산업 크라우드펀딩의 한 형태를 모색해 내는 등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한껏 품은 보석의 원석 같은 존재였다.

 

  그 청년이 대학 후배를 아내로 맞아 결혼식 올리던 날엔 마을주민 모두가 여행가듯  대절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 주던 모습도 생생하다. 작은 농장을 마련하고 소를 마저 채워 넣기도 전에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기도 했다. 농장에 남겨진 아내와 세 아이의 눈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가족의 생활을 위해 지역의 선후배들은 매달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고, 치료를 잘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무쏘의 뿔처럼 그는 또다시 일어서서 돌아왔고 완쾌되었다.

 

  이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옛말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함께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 청년이 타향인 거창을 찾아와 정착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또 그 아이들의 고향이 될 수 있게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이유는 너무 분명했다. 

 

  그 청년은 '할매, 할배 학교갑시다'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치된 폐교를 활용해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거창군농업회의소를 창립시키고 전국농어업회의소 전국회의 사무총장을 맡는 등 농업회의소 법제화에 대한 민간 전문가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 청년은 태풍 볼라벤이 경남 내륙은 물론 거창을 덮쳤을 때 낙과 사주기 캠페인을 직접 기획해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소셜미디어로 소식이 확산되면서 단 하루 만에 거창지역 낙과가 완판되는 기적을 일궈내기도 했다. 이어 경상남도 농어업정책센터의 센터장으로 근무했고,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발탁되어 중앙정부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 청년은 청와대 근무 후 중앙의 다른 제안들을 마다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거창으로 돌아왔다. 거창군 마을만들기 센터장을 맡아 농촌마을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기 위해 분주했다. 죽어가던 공간을 다시 살리고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거창군의 인구감소 대응 주요 정책과 주민 참여 사례를 직접 소개해 주목을 받았었다. 그때 거창 마을만들기센터는 호소문과 ‘구인광고-마을에 사람이 없어요!’ 문구가 새겨진 에코백을 OECD 관계자에게 전달하며 한국 농촌 지역이 인구감소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알리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지역에 사람이 없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인재가 없다.’고 거창군은 늘 말한다. 그리고선 거창의 보물 같은, 거창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인 ‘그 청년’의 일자리를 없애버렸다. 왜? 저 두 문장에는 숨겨진 말이 있다. ‘입맛에 맞는...’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