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열린 ‘재생 열에너지 의무화 제도(RHO) 도입 방향’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내 재생 열에너지 보급률이 2%대에 그치는 가운데, 이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재생 열에너지 의무화 제도(RHO) 도입 방향’ 토론회에서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 재생 열에너지 비중은 2028년 17.5%까지 확대될 전망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저조하고 구체적 계획조차 부재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오 연구위원은 국내 열에너지 소비에서 재생 열에너지가 2023년 기준 2.1%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제도적 지원 부족과 기술·경제적 제약, 정책 우선순위에서의 소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국내 열에너지 소비가 최종에너지 사용의 절반에 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전체 배출량의 약 29%를 차지하는 만큼, 기후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열에너지 탈탄소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열에너지 부문에서 의무화 제도를 구축해 강력한 전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오 연구위원은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 중 일정 비율을 재생 열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제도와 연계해 난방과 급탕 수요의 일정 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건물만을 대상으로 하면 신축 건물 위주로 적용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급자에 대한 의무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가스 사업자는 일정 비율 이상의 그린수소와 바이오가스를 혼입하도록 하고, 지역난방 사업자는 재생에너지와 폐열, 그린수소 사용 비율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달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배출권 가격 수준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패널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연구위원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다양한 의무화 정책을 통해 재생 열에너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EU는 ‘Fit for 55’ 정책 패키지에 따라 에너지효율지침, 재생에너지지침, 건물에너지성능지침 등을 마련해 열 부문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이행 방안을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2030년까지 재생 열에너지 비중을 32%로, 프랑스는 2035년까지 55%로, 스웨덴은 2040년까지 88%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들 국가는 단순한 목표 설정에 그치지 않고 가스 보일러 신규 설치 금지, 히트펌프 보급 확대, 지역난방 인프라 확충, 에너지 세제 개편 등 다양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주홍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아일랜드·독일·영국처럼 단계별·차등적 의무화와 공급자 중심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덴마크·오스트리아처럼 열거래 시장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이탈리아처럼 바이오에너지·히트펌프·태양열 등 기술별 실증과 맞춤형 인센티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비용경쟁력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투자비 보조 등 재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재생 열원의 기술적 특성과 비용 구조, 소비자 수용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방안과 함께 별도의 열에너지 기금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제화 추진에 대해 신중론도 제기됐다.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실장은 “의무화는 수용성 문제와 비용 부담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아울러 재생 열에너지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정의와 통계 기준이 없는 만큼, 재생에너지에만 국한하기보다 무탄소 열원으로의 접근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