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 규제는 그대로 두고 확대 보급 외치는 정부 현실성이 없다. 그런데 지난달 말 이재명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당장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관한 구체적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서민들은 지레 겁을 먹고 있다.
전기요금은 가계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먼저 전기요금 인상 논의에 앞서 공공성과 형평성에 맞게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엔 공공성과 형평성에 맞게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은 3단계 누진제로 사용량이 많을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받는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지워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려는 취지이긴 하지만 가족이 많은 대가족일 경우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현재 7~8월 주택용 전력요금 체계는 300㎾h(키로와트시)이하(㎾h당 120원), 300~450㎾h(214.6원), 450㎾h(307.3원)초과로 나눠진다. 기본요금도 300㎾h 이하일 때는 910원으로 가장 낮다. 300㎾h를 넘으면 1600원, 450㎾h를 초과하면 7300원이 적용된다. 3단계 기준선을 넘기면 전기요금은 급등한다. 2단계와 비교해 기본요금은 356%, ㎾h당 요금은 43% 오른다. 누진제가 징벌적 구조 체계라는 이유다. 누진제를 적용하는 방식은 일부 변화가 있었으나 450㎾h를 ‘과소비’로 보는 현행 기준은 지난 2018년에 정해진 것이다.
폭염이 몰아치는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고 비명을 지르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7.1도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평년보다 에어컨 가동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폭염 속 전기요금 부담은 서민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냉방 수요증가로 일반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3단계를 나누는 기준선의 의미가 퇴색되는 셈이다. 한국 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내 2512만 가구 중 월 사용 전력량이 누진제 최고 구간인 450㎾h를 초과한 가구는 1022만 가구로 전체의 40.5%를 차지했다. 또 누진제는 1인 가구에는 유리하고 4인 가구에는 크게 불리한 구조다.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전기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정책은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 흐름에도 맞지 않다.
전기요금이 부담돼 냉방 용품 사용을 꺼리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신생아나 노약자 등 폭염 취약계층이 있는 가정은 에어컨을 온종일 가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복지 차원에서라도 누진제 개편은 불가피하다. 가전제품이 대형화하고 전기차가 보급되는 등 전기 사용이 확대되는 환경에 맞춰 누진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당연한 순리라 여겨진다.
사실 누진제는 산업용과 일반용은 제외되고 주택용에만 적용된다. 전력 최종 소비량 중 가정용 전기 비중은 전체의 약14%에 불과하다(2025년). 누진제가 전기 사용량이 많지 않은 가정용에 지나치게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이해를 구하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먼저 불합리한 누진제를 손질하고 요금체계를 공정하게 개편하는 것이 순서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