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결혼 시즌이다. 부조하기 바쁜 날이기도 하다.

부조는 잔칫집이나 상가 따위에 돈이나 물건을 보내 축하 또는 애도의 뜻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엔 집안의 경조사가 있을 때 이웃끼리 서로 챙기는 부조(扶助)문화는 한국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이는 본래 힘든 일을 함께하며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품앗이 미덕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요즘 부조의 문화가 바뀌었다. 현금으로 부조를 하게 된 것을 살펴보면1970년~1980년대로 추정된다.

과거엔 혼례나 장례 등 큰일을 치를 때 곡식ㆍ술 등 물품이나 노동력으로 십시일반(十匙一飯) 힘을 보탰다. 당시엔 현물이든 정성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형편에 따라 부조했다. 한데 현대에 이르러선 금전으로 대체됐다. 

예전엔 상을 당하면 부고는 직접 사람을 통해 구두로 전달하는 인편으로 알렸다. 그것도 대문 안이 아닌 대문 밖에서 일일이 전해줬다. 청첩장 또한 대상자를 직접 방문해 주거나 우편으로 보냈다 해서 청첩장만 돌리는 데 한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경조금은 결혼식(축의금), 장례식(조의금) 등 상황에 맞는 봉투에 한자 또는 한글로 축하ㆍ애도의 문구를 적어 현장에 참석해 손수 줬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렇지 못하면 신뢰할 수 있는 가족, 지인, 동료 등에게 부탁해 메시지와 함께 전달했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인 우리의 경조사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부고를 알리거나 청첩장을 보낼 때 경조금 계좌번호 안내가 새로운 예의가 됐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되면서 계좌번호 공개가 일상화된 게다.

실제로 최근 모바일 청첩장 등에 신랑ㆍ신부와 양가 혼주 등 4~6개의 계좌번호나 카카오톡 송금 버튼이 달리는 게 당연시 여겨진다. 

부고 알림도 마찬가지다. 물론 연락방식 역시 문자나 카톡, 밴드, 전자고지 등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가족이나 지인 등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죽음에 마음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하지만 경조사 알림 문자가 난데 없 이 날아든다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평소에 연락도 없던 지인에게서 청첩장을 갑자기 받는다는 것은 받는이의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다. 거기엔 어김없이 ‘마음을 전하실 곳 계좌번호’ 문구가 적혀 있어 잠시 고민하게 한다. 그래도 어쩌나. 한때 인연이 있었으니 작은 성의 표시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좋고 성스러운 자리에 남을 불편하게까지 하면서 축하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축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