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사람의 마음은 왠지 허전해진다.
짧아진 햇살과 선선한 바람 사이로, 지나간 시간과 사랑이 함께 스쳐간다.
그런 탓일까. 오래된 가요 속 가을은 언제나 이별과 그리움의 계절로 그려졌다.
1960~70년대 명곡 중 하나인 정원의 〈허무한 마음〉은 제목 그대로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찬서리 기러기 울며 나는데, 돌아온단 그 사람은 소식 없어 허무한 마음”이라는 가사는, 당시 사회적 불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외로움을 담아냈다.
그 허무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성찰하게 하는 정서였다.
같은 시기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또한 잔잔한 선율 속에서 가을의 쓸쓸함을 녹여냈다.
이름은 잊었어도 마음 속에 남은 온기, 그것이 바로 가을의 사랑이었다.
노래를 들으면 우리는 기억의 끝자락에서 오래전 그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1977년 발표된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가을 가요의 새로운 전환을 보여준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허스키한 음색이 어우러지며, 한층 세련된 감성으로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을 담아냈다.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라는 한 줄은 세대를 넘어 공감을 얻으며, 미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남자의 가을을 노래했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낙엽은 지는데〉, 〈깊어지는 가을〉, 장욱조의 〈낙엽 위의 바이올린〉 등도 같은 계절의 서정을 이어간다.
낙엽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떠나간 사랑의 상징이었다.
떨어지는 잎을 바라보며 우리는 ‘남겨진 마음’의 무게를 느낀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노래 속 슬픔은 한층 짙어지고, 그 슬픔은 곧 ‘인생의 미학’이 된다.
세월이 흘러도 이 곡들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가을의 정서가 인간 본연의 감정—그리움, 외로움, 회한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떠나고, 계절은 바뀌어도 그 노래 속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는다.
라디오에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 흘러나오면 우리는 그 순간을 안다.
가을은 돌아왔고, 그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마지막 잎새 한 장이 가지 끝에 남아 흔들릴 때, 우리는 아직 지지 못한 사랑과 기억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배호가 부른 〈마지막 잎새〉는 오 헨리의 소설처럼, 그 작은 잎새 하나가 우리 마음에 남아 희망과 여운을 전한다.
그리고 문득, 가을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겨울 속으로 살며시 들어와 있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