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 이후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던 국회가 모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전기요금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폭염 때문에 국민들이 힘들어하니 전기요금을 감면하면 된다는 발상은 도대체 누가 생각한 것인지, 이런 설익은 판단이 에너지정책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이라도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실제로 전기요금 감면이 이루어진다면 서민들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자신들의 성과로 내세우며 국민들에게 자랑할텐데, 결국 그 부담은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은 숨기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이 전기요금을 대하는 자세는 일관성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없고, 책임감도 전혀 없다. 한전 채권발행 한도를 상향하는 한전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는 전기요금 인상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반대표를 던져놓고선,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을 위해 전기요금을 깎아달라는 입법안을 발의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필자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번에 전기요금을 감면해서 한전의 적자가 더 늘어난다면, 그때도 또 한전의 방만경영을 문제 삼고, 자산매각과 성과급 반납을 요구하고, 뼈를 깎으라는 말을 할 것인지도 궁금하다.며칠 전에는 한 국회의원이 교육용 전기요금을 농사용 전기요금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전기요금이 너무 높아서 학교 재정을 압박하고, 우리 어린 학생들은 이런 더운 여름에도 ‘찜통교실’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으니, 교육용 전기요금을 농사용 전기요금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현행법상 내국세의 20.79%는 초·중등 교육을 위한 교육교부금으로 배분된다. 그런데 초·중등 학령인구는 2021년 544만 명에서 2030년 407만명, 2065년에는 257만 명으로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세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니, 결과적으로 학생 한 명당 돌아가는 교육교부금을 갈수록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감사원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실태를 살펴보겠다고 나섰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 예산은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라, 불필요한 현금성 사업에 낭비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해당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 학교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기요금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 재정이 배정되는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언제까지 찜통교실 이야기만 할 것인지 답답하다.농사용 전기요금은 더 심각하다. 농촌이나 어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농사용 전기요금 인하 내지는 특례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한 번이라도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영세농어민을 지원하겠다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주로 대규모 기업농이 싼 전기요금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데, 왜 이들한테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 한번이라도 고민을 해보셨을까? 우리나라 전체 전력판매량 중 농사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밖에 안 되지만, 농사용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수조 원 규모이고, 이런 손실은 결국 일반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답을 듣고 싶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표 때문에 모른체 하는 것이라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전기요금을 깎아주겠다는 이번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전기요금을 깎아주시겠다면, 당신들 돈으로 직접 하라고 말하고 싶다. 남의 돈으로 생색내는 것은 이제 그만 하시라. 말로는 국민들을 위한 논의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을 더 크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꼭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