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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 선거바람...?

등록일: 2026-02-26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번 설 명절 제사상 앞 화두 역시 선거 이야기였다. 출마 예정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은 뒷전이다.

우리 지역 군수로 누가 나오느냐, 누가 인물이고 누가 ‘깜’이 되느냐, 가족관계는 어떠한지, 친인척의 족보까지 들춘다. 평소 그 인물의 성향과 성격은 물론, 일상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해부된다. 그 사람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 강력 지지자들의 성향까지 따지는 것이 시골 민심의 관례다.

출마자 본인보다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때문에 등을 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참모진 구성 또한 중요한 변수다. 도시보다 시골 선거가 더 어렵다는 말도 있다. 장관 청문회보다 더 탈탈 털리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사생활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아예 출마를 꿈꾸지 못한다. 반면 평소 주변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도 이를 망각한 채 출마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개인의 능력은 인물 검증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평가 대상이 된다.

설 밥상에서 오가는 대화는 거창하지 않다.

“장사가 안 된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

“아이 키우기 힘들다.”

“물가가 장난 아니다.”

민심이 말하는 것은 결코 거창하지도,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그저 어려움 없이 평범하게 살게 해 달라는 절실한 바람이다.

그러나 정치를 하는 이들은 이를 ‘패키지 상품’처럼 포장해 선거용으로 활용한다. 단순한 요구를 정치적 수사로 재가공하는 교묘함이 있다.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여론은 민심에서 출발하지만, 어느 순간 기세와 분위기를 따르는 군중 심리에 가까워진다.

설 연휴가 끝나면 중앙 정치권은 “설 민심은 경제였다”고 해석하고, 시골 민심은 “민생과 복지가 우선이라는 명령”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진짜 민심을 담아내려는 노력보다 이미 정해진 정치적 입장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더 짙게 배어 있다. 여당은 “국민이 안정과 책임을 원한다”고 하고, 야당은 “정권의 오만과 무능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하며 각자의 해석을 덧붙인다.

시골 정치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금 거창의 상황을 보면, 군수를 희망하는 정치인들마다 입장은 제각각이다. 서로 생각하는 이념과 목표도 다르다.

이제는 새로운 비전과 정책이 우선시돼야 한다.

누가 거창을 발전시킬 것인가를 저울질하는 유권자보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만 고민하는 후보는 선택받아서는 안 된다.

적어도 6만 거창군민을 책임질 수장이라면 무엇보다 거짓을 말하지 않고, 근면·성실한 인물이어야 한다.

지금 군민이 해야 할 일은 사심 없이, 진정으로 거창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순수하고 청렴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것이다.

설 민심은 한 해의 정치 지형을 가늠하게 해 주는 여론의 거울이다. 그러나 동시에 과장되고 왜곡되기 쉬운 민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명절 제사상 머리에 터져 나오는 말 한마디, 고향 내려가는 길에 우연히 나눈 대화 몇 줄을 정치권과 언론이 국민 전체의 뜻으로 포장해온 역사는 아직도 시퍼렇게 눈뜨고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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