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이 사라져간다.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금 시골을 돌아보면 한 집 건너 한집이 빈집이다. 이미 신원면을 비롯한 몇 개의 부락이 폐동 된 지가 오래다. 이러다간 향후 넉넉잡아 10년 후가 되면 시골 마을 반 이상이 빈집으로 폐허가 될 것이 뻔하다. 이번 추석 연휴때만 보더라도 고향을 찾는 향우들이 현저히 줄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객지에 가 있는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당장 허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지만, 이를 보존한답시고 오히려 망가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현상은 원천적으로 시골 인구가 절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전년 대비 0.03명(-3.4%) 감소한 0.81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거창은 0.02명으로 집계됐다. 거창에서는 가임 여성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가 0.1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현재 농촌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사상 8·15해방 정국을 거쳐 6·25전쟁 전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던 이 일대가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지역으로 전락할 운명인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못 미치는 유일한 곳이 된 우리나라가 맞닥뜨린 암울한 미래상을 우리 거창이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1만 9,200명 줄어든 23만명이었다. 연간 출생아 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까지만 해도 100만 명대였으나 2001년 50만 명대, 2002년 40만 명대로 급감했다. 이후 2017년 30만 명대로 낮춰진 뒤 불과 3년 만인 2020년부터 20만 명대까지 추락한 것이다. 출산율 저하가 가속화하면서 나라의 버팀목인 인구가 쑥쑥 빠지는 형국이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조출생률)마저 5.1명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도 33.4세로 올라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부부가 결혼 이후 첫째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5년으로, 20년 전 1.8년과 비교해 0.7년이 늦는 등 아이 낳는 분위기가 사라지는 사회 현상이 고착화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파르게 진행 중인 경남과 거창의 출산율 저하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거창의 소멸 지역은 어느 면 을 할 것 없이 전 읍면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출산율 저하가 낳은 우리나라 인구 위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던 화두였다. 인구 관련 지표가 나올 때마다 중앙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그 실효성은 떨어졌다. 이제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루속히 출산 연령이 올라가고 자녀를 두지 않는 결혼생활이 길어지는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겠다. 이에 대해 경남도와 거창군을 비롯한 자치 단체에서는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는 등 출산율 제고에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금수강산도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