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역 발전을 이끌어야 할 공직의 자리가 이제는 사적 이해관계와 권력 다툼의 장으로 전락했다. 이번 거창군수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불공정 사례들은 단순한 잡음 수준이 아니다. 특정 인물에게 유리하게 짜인 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우되는 경선 구조,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조직의 침묵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 지역 정치의 분열을 초래하고 그 격앙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군민들은 이번 군수 경선의 불공정 사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도의원 공천 과정 역시 다르지 않았다. 공정과 원칙은 한낱 구호에 그쳤고, 실제로는 줄 서기와 눈치 보기, 내부 권력에 기댄 밀실 결정이 판을 쳤다. 능력과 비전이 아니라 누구와 가까운지가 기준이 되는 구조 속에서 지역 주민의 뜻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의 선택권은 형해화됐고,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는 헐렁한 껍데기만 남았다.
주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민심은 점점 날카로운 창이 되어가고 있다.
군의원 선거 역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젊은 정치인을 장식용 들러리로 세웠다가,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그만두라고 하는 행태는 주민 중심에 서야 할 정치가 스스로 하수구로 떨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20일 지역구 분배가 결정됐어야 함에도 당은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이틀이 지난 22일에서야 지역구 변경 없이 기존 안을 유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동안 3~4개월 동안 ‘새 구역 개편’이라는 당의 말을 믿고 한 구역에서 선거운동을 이어온 신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어느 묘가 자신의 조상 묘인지도 모른 채 절하는 셈이다.
신인 정치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에 대해 당협위원장은 알 필요조차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무성의하고 책임감 없는 모습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정치 풍토가 반복되는 한 지역 정치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불투명한 공천, 폐쇄적인 의사결정, 그리고 이를 감시하지 못하는 무력한 구조가 맞물려 지금의 병든 정치판을 만들었다.
이제는 변화가 절실하다.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절차, 그리고 책임 있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다면 이 썩은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선택은 군민의 몫이다. 무관심과 체념이 아니라 냉정한 평가와 적극적인 참여만이 이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꾸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