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거창군수 공천 사태는 단순한 혼선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명백한 정치적 무책임의 결과다. 그 중심에는 공천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방향도, 결단도, 책임도 보여주지 못한 당협위원장이 있다. 공천권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그 권한은 무의미하게 소모됐고, 책임은 끝내 회피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 과정은 그야말로 난맥상 그 자체였다. 후보를 세웠다가 탈락시키고, 다시 배제했다가 또다시 기회를 주고, 법원 판단으로 뒤집히고, 다시 면접을 보고 갈등이 반복되다가 결국 아무도 공천하지 않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모든 과정은 결단하지 못한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공천권자가 무려 4명이나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은 결국 여론에 떠밀린 채 사심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의 피해는 고스란히 후보들과 군민들에게 돌아갔다. 오랜 시간 당을 위해 헌신하며 준비해 온 후보들은 하루아침에 의미 없는 존재로 내몰렸고,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군민들이 겪은 실망감과 허탈감이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군수를 뽑는 중요한 선거에서 사실상 제2야당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군민들은 정치에 대한 기대를 또 한 번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사태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 철저히 잘못된 판단과 무책임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코 흐려질 수 없다. 공천 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결정해야 했던 당협위원장, 그리고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정당 역시 전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다면 그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어야 했고, 그렇지 못했다면 그 책임 또한 분명히 져야 한다. 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결국 “아무도 공천하지 못한 정당”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는 곧 거창군 정치의 수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정 내내 드러난 무능과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결국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다. 책임이다. 누가 어떤 판단을 했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명확히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광로처럼 들끓는 군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길은 없을 것이다. 다음 총선은 그리 멀지 않았다.
발행인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