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다. 그러나 최근 거창군 행정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그 책임이 특정 인물 중심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현) 군수가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직을 운영해 왔다”는 비판 또한 단순한 정치 공세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간부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채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는 의혹 역시 행정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며, 그에 따른 책임 또한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기적으로 2년마다 이뤄져야 할 인사를 미루고, 행정 조직을 특정 방향으로 결속시키는 듯한 모습 역시 행정의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 행정은 군수 개인의 정치적 기반이 아니라 군민 전체를 위한 공적 시스템이다. 그 선이 무너지는 순간 지방자치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마을 단위까지 이어지는 영향력이다. 마을 이장들이 주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넘어 특정 권력과 결속된 조직처럼 움직인다는 인식이 퍼진 것은 이미 거창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공동체는 더 이상 공동체답지 못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실제로 마을마다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주민을 연결해야 할 구조가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갈라놓는 도구가 되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행정 실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소임을 다하고, 이장은 이장답게 주민을 위한 자존감 있는 자세로 역할에 임할 때 비로소 지방행정은 바로 설 수 있다. 지금의 일탈된 상황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경고이자 절박한 호소다.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