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냉정하다. 그동안의 노력과 결심, 때로는 삭발과 같은 결연한 행동까지도 유권자의 선택 앞에서는 충분한 조건이 되지 않는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권력 재편을 넘어 한국 정치의 낡은 연출 방식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명한 거부를 보여준 사건이다.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결연함을 상징한다며 머리를 삭발하고 선거운동에 나섰던 후보들이 하나같이 낙선했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정치적 퍼포먼스에 대한 시민들의 냉정한 평가다. 삭발은 오랫동안 한국 정치에서 위기와 결단, 항거의 상징처럼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설득의 언어가 아니라 공허한 제스처로 인식되고 있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머리카락이 아니라 정책을 보고, 눈물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실력을 본다.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를 극단적 연출이 이제는 오히려 정치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여전히 유권자들을 과거의 감정적 존재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삭발이라는 극단적 행위로 자신의 절박함을 보여주면 표로 이어질 것이라는 낡은 계산법은 이미 시대에 동떨어져 있다. 오늘날의 유권자는 훨씬 더 냉정하고 정보에 기반해 판단한다.

유권자들은 묻는다.

"그래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무리 강력한 장면을 연출해도 결국 외면받고 만다. 정치의 본질은 연출이 아니라 내용이다. 삭발은 정책을 대신할 수 없고, 결기는 공약의 빈자리를 메워주지 못한다. 오히려 과도한 퍼포먼스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더 이상 보여주기식 정치에 속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삭발이 아니라 정책이며, 결연한 표정보다는 현실적인 해법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다급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비굴해지기 마련이다. 그 비굴함이 본인의 눈에는 훈장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추잡한 치부로 보일 뿐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머리를 삭발한 정치인은 모두 8명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삭발한 후보 가운데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고 모두 낙선했다는 점이다.

김진태(강원도지사 후보), 김영환(충북도지사 후보), 박형준(부산시장 후보), 박민식(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후보), 임택수(음성군수 후보), 이성용(함안군수 후보), 구인모(거창군수 후보), 심경숙(양산시의원 후보) 등이 그 사례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