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중아(1952~2019)는 경북 포항 출신으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신중현에게 기타를 사사하며 음악의 길로 들어선 싱어송라이터다. 그의 음악 인생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격동기와 정확히 겹쳐 있으며, 그 어떤 장르의 틀에도 온전히 담기지 않는 독보적인 족적을 남겼다.

1970년대 말 침체되어 있던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작사·작곡·편곡·보컬은 물론 기타리스트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원맨 밴드가 가능할 정도로 그룹 내 모든 악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

1978년 '함중아와 양키스'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안개 속의 두 그림자〉, 〈내게도 사랑이〉, 〈풍문으로 들었소〉, 〈카스바의 여인〉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 70~80년대 대표 대중 가수이자, 방미·인순이·하춘화 등에게 곡을 줄 정도로 뛰어난 작곡 실력도 겸비한 음악인이었다.

그의 컨셉은 당시 기준으로 매우 파격적이었다. 혼혈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며 밴드 컨셉에 맞추어 자신도 혼혈로 행세했을 만큼, 외모와 무대 스타일에서 강렬한 이국적 분위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당시 한국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퍼포먼스적 감각이었다.

필자는 부산 콘티넨탈 나이트에서 그와 함께 무대에 선 적이 있다. 당시 함중아는 무대 위에서도 묘하게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목청이 가늘고 파워가 약한 편이라, 방송에 출연할 때면 볼륨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섬세하고 여린 목소리 속에는 남다른 감성과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것이 오히려 듣는 이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의 음악적 정서를 들여다보면, 그는 유독 Am 코드 진행을 선호했다. 단조 특유의 어둡고 애수 어린 울림이 그의 내면과 맞닿아 있었던 것이리라. 실제로 그는 스승 신중현이 작곡하고 장현이 불러 큰 사랑을 받은 〈나는 너를〉을 즐겨 불렀는데, 그 곡이 품고 있는 고독하고 짙은 감성이 함중아라는 사람 자체와 참으로 닮아 있었다.

자신을 챙길 줄 모르고 돌보지 않았던 그였지만, 필자는 가끔씩 그를 거창으로 초청해 함께 무대를 꾸미곤 했다. 그것이 그와 나눈 마지막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 시절 그의 곁을 끝까지 함께했던 동료 장승희, 허성주는 지금도 라이브 카페와 각종 행사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그 시대 음악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다.

록 음악으로 데뷔하여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 꾸준히 활동하면서도, 동시에 트로트와 대중가요를 아우르며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갔다. 이처럼 록과 트로트, 언더와 메인스트림을 종횡으로 넘나든 그의 음악적 유연성은 지금 돌아봐도 놀랍다.

그의 곡 〈풍문으로 들었소〉는 장기하와 아이들에게 리메이크되어 영화 〈범죄와의 전쟁〉 OST에, 〈그 사나이〉는 이희문에게 리메이크되어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에 수록됐다. 수십 년이 지나도 후배 세대가 그의 곡을 다시 불렀다는 사실은, 그의 음악이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담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투병과 고난도 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다. 간경화로 오랜 시간 투병하고 이후 폐암과 싸우다 2019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노래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자신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음악에는 온 마음을 바쳤던 사람 — 함중아는 한국 대중음악이 록과 트로트, 언더와 상업, 그 모든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온몸으로 증명한 예술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