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뜬,구름의 '고전의 현대화 시리즈' 연극 <외투>(각색·연출 유운/이민기)가 올여름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러시아 사실주의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연극 <외투>는 4년 만에 재공연되는 작품으로, 새로운 해석과 무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6년 <외투>는 지난 공연과 마찬가지로 원작의 결말을 비틀어 재해석하지만, 그 해석의 방향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다. 지난 공연이 외적 가치로 인간을 평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진정한 주체적인 삶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공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통해 ‘되기(devenir, becoming)’, 즉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되어가는 과정’ 자체를 무대 위에 펼쳐 보이고자 한다. 이러한 해석은 외투를 단순한 의복이 아닌 한 인간의 존엄이자 욕망이며 존재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신유물론과 들뢰즈와 가타리의 ‘되기(devenir, becoming)’ 개념을 주요한 사유의 틀로 참조하였다.
우리는 모두 ‘되어가는 삶’ 속에 놓여 있다. 지금 무엇을 향해, 무엇 때문에 변화하고 있는가. 뜬,구름은 불확실한 삶과 현대인의 불안, 사회적 기준과 자기 가치, 인정 욕구를 둘러싼 부단한 움직임 속에서 인간과 물질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한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고정된 정답이나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되어가는 과정' 자체를 바라보고자 한다.
연극 <외투>는 1842년 발표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소설 『외투』를 각색한 작품이다. 연극은 19세기 러시아의 인공 도시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경직된 관료제와 신분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만년 9급 관리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비극을 그린다. 평생 문서를 베껴 쓰는 정서(淨書)를 하며 연봉 400루블(한화 600만 원)로 성실하게 살아온 아까끼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자 전 재산을 들여 새 외투를 마련한다. 새 외투를 처음 입고 출근한 날, 주변 사람들의 호의와 승진, 사랑을 경험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강도를 만나 외투를 빼앗기고 모든 것을 잃는다.
정서하며 행복하게 왈츠를 추던 아까끼는 어디로 갔을까? 원작에서 외투를 잃은 아까끼가 유령이 되어 외투를 빼앗고 다니는 도시전설로 남는다면, 연극에서 아까끼의 결말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극 <외투>는 타인의 시선과 외적 가치에 기대어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고정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되어가는’ 미완성 상태의 정체성을 되묻는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함께 연극 <외투>는 인간과 물질의 관계에 주목한다. 새 외투 하나가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인간관계를 바꾸며, 결국 한 사람의 삶까지 뒤흔드는 것처럼, 연극은 물질을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동적인 행위자로 바라본다. 외투는 더 이상 의복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을 변화시키는 존재이고 외투의 득과 실은 아까끼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처럼 연극 <외투>는 인간과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세계를 무대 위에 감각적으로 펼쳐낸다.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가봉의 형태, 시침질-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으며, 외투 또한 단순한 소품을 넘어 배우의 몸을 누르고 움직임을 제한하며 인물의 태도와 공간의 리듬을 바꾸는 기능을 한다. 배우의 신체와 오브제는 다양한 공간과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역할놀이와 패션쇼 형식의 장면, 재즈와 스윙 음악이 어우러져 뜬,구름만의 독창적인 무대 언어를 완성한다.
극단 뜬,구름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담아내고자 하는 창작집단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메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각적 극작법을 기반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신체와 행동을 통해 정답이 정해진 재현보다 관객 각자가 감각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극단은 창단 이후 통속예술을 의미하는 키치(Kitsch)를 예술적 저항의 언어로 전유하여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 사회를 관찰하고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극단 뜬, 구름은 <사천의 선인>, <베니스의 상인>, <외투>, <판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다>, <도시늘보 표류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배우의 신체와 오브제, 음악을 활용한 독창적인 공연 언어를 구축하며 관객과 꾸준히 소통해 왔다.
2026년 연극 <외투>는 제36회 거창국제연극제 경연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서울문화재단 '제철연극'과 NC문화재단 <2026 SPACE 100: 연극제>에서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이민기, 서민준, 장창완, 전원재, 정희경, 김재현, 임지형 배우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