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들녘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논과 밭은 갈라지고, 푸르러야 할 잎은 힘없이 말라간다. 햇빛은 더 이상 생명을 키우는 빛이 아니라, 모든 것을 태우는 불길처럼 내려앉고 있다. 야채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물을 줘도 소용이 없다”고 말하며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보며 망연자실한다. 뜨겁게 달궈진 땅은 물을 머금지 못하고 그대로 증발시킨다. 뜨겁게 달궈진 대지에 뿌리는 타들어가고, 농작물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생명을 품어야 할 땅이 오히려 생명을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단순한 가뭄에 그치지 않는다. 작물의 결실을 돕는 곤충들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벌과 나비는 더위에 지쳐 날개를 접고, 꽃과 꽃 사이를 이어주던 수정의 과정이 멈춰 서고 있다. 자연의 순환 고리가 끊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점점 일상이 되어가는 기후 위기의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농작물은 점점 더 극단적인 환경에 놓이고 있고, 그에 따른 농민들의 삶 또한 위태로워지고 있다. 타들어가는 밭 한가운데 서 있던 농부는 말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그의 손에 쥔 마른 흙은 바스러지듯 흩어졌다. “60년 농사를 지어 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라는 짧은 말 한마디에는 긴 세월의 애환이 담겨 있다.
수확을 기다리던 희망은 점점 멀어지고, 농심은 발갛게 타들어간다. 땅이 마르면 작물만이 아니라 농민들의 마음이 먼저 탄다. 올해 여름 우리는 단순한 더위를 넘어 생존의 경계에 서 있는 농촌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로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과 농촌의 현실을 알고 농민들의 삶을 지켜낼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간 뒤에도 이 땅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생명을 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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