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 장터. 중간 유통마진을 줄이고 신선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이상은 분명 옳았다. 2013년 준공돼 2014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거창푸드종합센터 역시 이러한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당초 기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창푸드종합센터는 수년째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겉모습만 번듯할 뿐, 푸드종합센터라는 이름만 남은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거창푸드종합센터는 개설 이후 여러 운영 주체를 거쳐 2023년부터 거창축협이 위탁 운영했다. 그러나 위탁 운영 기간에도 지역 농산물의 원활한 공급과 판로 확대라는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거창군은 2026년부터 센터를 군 직영 체제로 전환했지만, 상황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상품 구성과 신선도, 홍보 부족 등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고 있으며, 군민 이용률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신선한 농산물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판매 부진이 다시 농가의 출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농민에게 외면받고 소비자도 찾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직거래라는 본래 취지는 흐릿해지고 행정의 관리 부실과 안일한 대응만 남았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홍보 부족으로 인한 정체성 혼선도 문제다. 지역에서 운영 중인 민간 로컬푸드 매장인 ‘거창담다’를 거창군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으로 알고 있는 군민이 적지 않다. ‘거창’이라는 지역명이 들어간 데다 로컬푸드 매장이라는 성격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작 거창군이 직접 운영하는 거창푸드종합센터의 위치와 역할,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군민이 많다. 군 직영 시설이 민간 매장보다 인지도와 홍보 면에서 뒤처지고 있다면, 운영 주체인 거창군은 그 원인을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문제는 단순한 판매 부진만이 아니다. 기본적인 운영 전략의 부재와 홍보 부족,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판매 시스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좋은 취지 하나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공간은 아무리 공공성을 내세워도 지속될 수 없다. 현재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거창푸드종합센터의 운영 책임은 결국 운영 주체인 거창군에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운영 주체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적극적인 홍보와 안정적인 품질 관리, 소비자 중심의 판매 전략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지역 농민과의 신뢰 회복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왜 거창푸드종합센터를 이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 농산물의 신선도와 안전성, 합리적인 가격 등 민간 매장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또한 센터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출하 농가 지원과 취약계층 먹거리 복지,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 군민 환원 행사 등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도 제시해야 한다. 군민들이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지역 농업을 살리고 지역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거창푸드종합센터는 실패한 실험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하는 지역 상생의 성공 모델로 거듭날 것인가.
선택을 미룰 시간은 이미 지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시간 끌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다.
발행인 취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