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높으신 양반들아. 그대들은 에어컨을 팡팡 틀어 놓고 여름인지 겨울인지도 모른 채 고급 와인에 스테이크를 자르면서 맛이 좋니, 안 좋니 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오늘도 밥상 앞에 앉아 찬물 한 그릇과 식은 밥을 앞에 놓고 한숨만 쉬고 있는 서민들을 생각해 보았는가?

나라 곳곳이 폭염에 대지는 갈라지고, 폭우에 삶은 잠기거늘. 한쪽에서는 타들어 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쓸려 내려가는데, 그런데도 이 나라의 정치는 이 절박한 현실 앞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숨 쉬지 않는 것이 속 터지오.

집값은 끝을 모른 채 치솟고, 서민의 삶은 하루하루 무너져 내리는데, 청년들은 빚에 짓눌려 미래를 저당 잡히고, 농민들은 하늘만 바라보다 작물을 잃고 망연자실 중이거늘. 이런 현실 앞에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선거철마다 쏟아냈던 화려한 약속들은 어디로 가고, 6월의 선택을 앞두고 내세웠던 정책은 왜 아무도 말하지 않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는가. 그대들의 사기극에 속아 빚더미에 앉아 있는 서학개미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정치는 생물과 같은 것인데, 그대들은 알라. 잘못된 판단이었다면 인정하고, 실패한 정책이라면 멈춰야 한다. 그것이 책임이고 정치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다르다. 실패를 인정하지도 않고 책임을 회피하며, 오히려 침묵 뒤로 숨는 야비한 정치이다.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동안 그대들은 숫자와 말장난 뒤에 숨어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과연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의 모습인가.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임을 아는가, 모르는가?

자리가 아니라 의무이고,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면 내려오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무능이 아니라 방치이고, 방치는 곧 다른 피해를 낳는 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보다는 결단이고, 침묵보다는 행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지지 못할 사람은 물러날 줄 아는 용기이다. 국민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지켜봤고, 충분히 참아 왔다.

이제는 묻는다. 당신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는가? 없다면 내려와라. 그것이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다시 한번 나지막이 묻고 싶소. 그대들은 양심이 있긴 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