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에서 바라본 농·축협 상호금융의 위기 와 2027년을 향한 과제

우리 지역 서민금융 농·축협 상호금융에 빨 간불이 켜졌다.

농민과 지역 주민의 예금을 받아 농업과 지역경제에 자금을 공급해야 할 농협 상호 금융이 부동산 개발사업과 상가·토지 담보 대출의 부실이라는 거센 파도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문제가 수도 권이나 대도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 이다. 오히려 지역농협의 경우 농촌 인구 감 소와 고령화,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구조적 인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금융 부실 이 조합의 경영 전반을 흔드는 상황으로 번 지고 있다.

2025년 국정감사는 이러한 위기의 실체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말 기준 농협 상호 금융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무려 19.23%에 달 했다. 2021년 1.25%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 년 사이 1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특히 상업시설 담보 공동대출 연체율 은 28.43%, 토지 담보 공동대출 연체율은 23.47%까지 치솟았다. 농협 상호금융 전체 대 출 연체율 역시 2021년 0.88%에서 2025년 8 월 말 5.07%로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7.63%에 달했다.

문제는 공동대출의 상당 부분이 지역농협의 관할 지역을 넘어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투입 됐다는 데 있다.

개별 지역농협의 동일인 대출 한도 때문 에 여러 조합이 대주단을 구성해 수백억 원 규모의 공동대출을 취급하는 구조가 확대 됐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그 위험이 한 꺼번에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5년 8월 기준 지역농협의 권역 외 대출 규모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국회 자료에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2025년 국감에서 농·축협의 부실대출과 금융사고, 부실채권 관리 문제가 주요 현안 으로 지적됐고, 농협중앙회는 농협자산관리 회사의 채권 매입자금을 4조 4,400억 원까 지 확대해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실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것을 실제로 정상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 제다.

부동산 개발사업이 중단되고 시행사의 자금 이 막힌 상황에서 담보 부동산을 매각한다고 해서 장부상 가치대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보 장은 없다.

특히 상가와 토지는 더욱 그렇다.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가, 사업성이 떨 어진 개발부지,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의 부동 산은 경매나 공매에 들어가더라도 당초 평가 액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조 합은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손실이 현실화 될 경우 당기순이익과 배당 여력은 줄어들게 된다.

거창이라고 예외일 수 있는가

거창지역 농·축협도 이러한 전국적인 흐름에 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거창군에는 거창농협, 동거창농협, 남 거창농협, 북부농협, 수승대농업협동조합, 거창 원협, 거창축협 등 지역 농·축협이 지역경제의 금융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농업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내 소비시장은 축소되고 있으며, 경제사업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사업마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는다면 농협의 수익 기반은 이중으로 압박받게 된다.

더욱이 거창지역 농·축협의 연체율이 조합 별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지역에서 파악되 는 일부 자료처럼 평균 연체율이 8%를 넘어서 는 수준이라면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 니다.

다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조합별로 ▲ 전체 연체율 ▲기업대출 연체율 ▲공동대출 연체율 ▲권역 외 대출 규모 ▲고정이하여신

▲대손충당금 ▲부동산 담보대출 ▲PF·브리 지론 관련 대출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연체대출 가운데 상당액이 조합의 영 업 권역을 벗어난 타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이나 상가 등에 집중돼 있다면 더욱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지역 농민의 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정작 지역 농업과 지역경제가 아니라 타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의 위험을 떠안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출을 해준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어디 에 해줬느냐이다

농협의 부동산 대출을 무조건 잘못된 것으 로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위험관리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개발사업이 활발할 때는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던 대출이 시장이 꺾이는 순간 조합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공동대출은 여러 조합이 함께 참여하 기 때문에 어느 한 조합이 위험을 인식하더라 도 전체 대주단의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적절 한 대응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담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담보의 가치와 실제 회수 가능 금액은 다르기 때문이다.

100억 원으로 평가된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실제 100억 원에 팔리지 않는다면 조합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그보다 훨씬 적 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담보가 얼마인가’가 아니 라 ‘지금 시장에서 얼마에 현금화할 수 있는가’ 이다.

부실채권 매각도 만능 해법은 아니다

농협중앙회가 부실채권 매각과 자산관리 기 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부실채권을 매각한다고 해서 손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매수자는 당연히 회수 가능성을 따지고 그 만큼 할인된 가격을 제시한다.

따라서 조합 입장에서는 장부가액과 실제 매각가액 사이의 차이가 손실로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손실을 줄이겠다고 매각을 미루면 연체 기간이 길어지고 담보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지역농협은 ‘매각할 것인가, 보유할 것 인가’라는 어려운 선택에 놓이게 된다.

특히 인구소멸이 진행되는 농촌지역에서는 도시지역의 부동산과 같은 방식으로 담보가치 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2026년 결산은 중요한 분기점

이 때문에 2026년도 결산은 거창지역 농·축 협뿐 아니라 전국 지역농협의 경영 능력을 평 가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5년 국감 당시 이미 농협 상호금융의 부동산 담보 공동대출 부실이 사상 최고 수 준으로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농협 내 부 전문경영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부동산 부실이 조합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2026년에는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얼마나 대출했는가.

그 가운데 얼마가 연체됐는가.

연체된 대출 중 PF와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은 얼마인가.

담보물은 어디에 있는가.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은 얼마인가.

이미 발생한 손실은 얼마이며 앞으로 추가로 발생할 손실은 얼마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위험을 누가, 언제, 어떻게 관리했는가. 『2027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책임 공방 우려』

2027년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이러 한 문제는 결국 조합장과 임원진의 책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은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부실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조합원들은 “그렇다면 왜 위험한 대출 을 그렇게 많이 취급했으며, 중앙회와 조합 내 부의 위험관리 시스템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수 있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감정적인 책임 공방보다 먼저 객관적 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조합별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공동대출 규 모, 권역 외 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현황, 대손 충당금, 부실채권 매각 내역 등을 조합원들에 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립적인 검증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특정 임원이나 전·현직 조합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실제 의사결정 과정 과 당시의 대출 심사 자료, 위험관리 절차, 중앙회의 지도·감독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단순히 현재의 손실만 가지고 과거 경영진 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부동산 경기 탓’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진의 판단 책임을 면제해서도 안 된다.

농협은 누구의 돈으로 운영되는가

농협 상호금융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부동 산도, 대출채권도 아니다.

바로 농민 조합원이 피눈물로 모아준 한없는 신뢰다.

농민들이 피땀 흘려 마련한 돈과 지역 주민 들이 맡긴 예금이 지역농협의 중요한 자금원 이 된다.

그 돈이 지역의 농업과 소상공인, 지역경제 를 살리는 데 사용되는 것이라면 조합원들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을 벗어난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 규모로 투입되고 그 결과 부실이 발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역농협은 은행과 똑같은 금융기관이면서 동시에 협동조합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만을 좇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이제는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얼마를 지켰 느냐’를 물어야 한다

농협 상호금융의 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기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대출과 부동산 금융이 확대됐고, 부 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그 위험 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2025년부터 기업여신·공동대 출 심사를 강화하고 권역별 채권관리 전담 조 직을 운영하는 등 연체관리 강화를 추진하겠 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후적인 수습만이 아니다.

앞으로는 지역농협의 자금이 지역 밖 부동 산 개발사업으로 무분별하게 흘러가는 것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공동대출의 위험을 누 가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지, 중앙회의 감독과 지도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 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거창도 예외일 수 없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금융사업의 부실까지 겹친다면 지역 농협의 경영환경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2025년도 결산 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실분은 해당 농협의 사업준비금이라도 있어 충당을 했겠지만 2026년 결산은 그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고 추가로 충당할 곳 간도 없다.

그리고 2027년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단순 히 누가 조합장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 가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지역농협의 자금이 어 디로 흘러갔고, 누가 위험을 관리했으며, 누가 그 결과에 책임질 것인가를 조합원들이 묻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농협의 위기는 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돈의 주인은 조합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는 조합 원 앞에 숫자를 공개해야 한다.

얼마나 빌려주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빌려 주었고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가를 공개해 야 한다.

그것이 농협 상호금융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다.

발행인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