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 사과는 단순히 사과가 아니다. 그리고 거창군의 사과는 우연이 아니다. 1930년 신경제 씨가 사과나무 묘목을 처음 들여왔을 때만 해도 거창은 오늘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그루의 묘목은 한 세기의 산업이 되었고, 농민들의 굽은 허리와 갈라진 손끝은 결국 거창을 대한민국 대표 원산지로 만들었다. 거창의 사과는 땅이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의 피와 땀으로 키워낸 역사이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냉해와 태풍, 병충해와 가격 폭락 속에서도 농민들은 묵묵히 과수원을 지켰다. 새벽 어둠 속에서 눈꽃을 살피고, 한여름 땡볕 아래 가지를 솎아내며 한 알, 한 알 정성을 담았다. 그렇게 이어진 세월이 오늘의 거창을 만들었다. 지금 거창에는 약 1,300여 사과 농가가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농업 수준이 아니다.
거창 경제의 30%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며 거창군의 생명줄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위대한 역사 앞에서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불과 4년 뒤 2030년이면 거창 사과나무 도입 100주년이다. 이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다. 한 지역의 정체성과 산업 뿌리를 되새기는 역사적 순간이다. 그러나 준비는 충분한가. 100년의 역사를 맞이할 철학과 비전은 세워져 있는가. 이름뿐인 행사 몇 개로 넘어간다면 그것은 그동안 피 같은 땀으로 일궈낸 사과 고장이라는 명성을 뭉개는 일이다. 오로지 숭고한 정신 하나로 지켜온 우리 고장 사과 농가에 대한 도리에 의한 보답이 아니다.
거창 사과 100주년은 군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거창 사과 산업의 미래 100년을 선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품종 혁신, 청년 농업인 육성, 스마트 농업 확대, 세계시장 진출 전략까지 담아내야 한다. 과거를 기념하는 단순한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시 100년의 미래를 설계하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
거창 사과는 이제 단순한 특산물이 아니다. 거창 군민들의 삶이며 역사이고 지역 공동체를 지켜낸 역사이고 힘이다. 오늘 우리가 사과 100주년을 말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선배들이 심은 나무 아래서 열매만 따먹을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세대를 위한 또 다른 100년의 나무를 심을 것인가. 이제는 그 물음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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