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착한 사마리아인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행정의 공정성은 담당자의 선의나 도덕성이 아니라 오직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증명돼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객관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때 기업은 안심하고 경쟁에 임할 수 있고, 행정은 특혜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공 계약의 정당성은 바로 이러한 신뢰 위에서 완성된다. 요즘 각 지자체마다 공공 계약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 지역처럼 좁은 지자체는 더 심각하다. 특정 업체에 계약이 몰리거나 소액 수의계약이라는 명목으로 비슷한 업체와 쪼개기 계약이 행해지는가 하면, 취지와 달리 특례와 예외 조항이 편법의 통로로 변질되기도 한다.
공공 계약의 부작용은 제도 자체의 허점뿐만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담당자의 재량과 사적 관계망이 개입할 때 증폭된다. 이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면 단위 수의계약 제도의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수의계약의 횟수와 금액에 대한 실질적인 한도와 횟수를 설정하고, 동일 업체와 반복 계약할 경우 일정 횟수나 금액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경쟁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특례제도의 사각지대도 점검해야 하는 과제다. 지역기업이나 사회적 약자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위장 약자 기업’의 편법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접근해야 한다. 실제 경영 관계 등 연관성을 살펴 실질적인 동일 기업(법인 회사만 다른 경우) 여부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반드시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편법의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 예외 조항 역시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예외가 많아질수록 원칙은 약해지므로 반복적으로 예외를 사용하는 기관이나 담당 업무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다. 나아가 고의적인 쪼개기 계약이나 허위 사유, 특례 악용 등이 확인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수의계약만 고친다고 공공 계약이 저절로 공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수의계약의 문턱을 높이면 불공정 행위는 입찰이라는 또 다른 문으로 우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찰제도의 심사 독립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정 기관이나 담당자의 의중에 따라 심사위원이 구성된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충분한 규모의 공개적 심사위원 풀(pool)을 만들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전문성 있는 위원을 선정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심사위원 선정 과정 자체가 행정의 의사와 최대한 분리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한계라고 알려져 있는 권력형 비리부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심사 과정과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탈락한 업체가 평가 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평가와 관련한 세부 기준과 주요 평가 내용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 또한 명백한 절차적 하자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이의신청 절차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의신청이 요식행위가 되거나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향후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한 참된 공정성은 달성될 수 없고, 건전한 비판과 자정작용은 설 자리를 잃는다.
발행인 신진호